본문바로가기
재단기획
대관공연
축제
전시
오늘

공식리뷰단

[2022 공식리뷰단] <코코바우 스타트>_ 관람자 조성윤
작성자시스템관리자
등록일2022-06-29 11:02:14
호호 밴드 <11PM 2:00> 코코극장

할머니의 호호 밴드는 그 내용과 풍기는 분위기가 너무나 좋았기에 아쉬운 작품이다.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던 것은 인형이지 않았을까. 작품의 주인공인 할머니 인형은 몇 가지 간단한 동작과 연기만으로 극의 주제라 할 수 있는 따뜻함, 위로를 느끼게 해주었다. 강아지 인형, 손녀 인형 또한 극과 잘 어우러져 있었다. 할머니의 모습을 한 배우 한 명이 강아지와 손녀 인형을 함께 연기하였는데, 그 모습이 어색해 보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한 배우의 호흡으로 전개되어 밀도 높게 느껴졌다.

하지만 극 전체의 주제를 관통할 수 있는 장면인 할머니가 손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목이 동시에 진행된 루프 스테이션으로 인해 전달되지 않았다. 극의 중요 장면에 다다르자, 루프 스테이션 또한 악기가 추가되면서 고조됐다. 이야기와 음악이 어우러져 함께 고조된 것이 아닌 음악이 주객전도하여 루프 스테이션만이 돋보였다. 그렇게 할머니의 이야기는 힘을 잃었다.

할머니가 손녀와 관객에게 전하는 이야기가 공유가 안 되어, 이후의 펼쳐지는 이야기를 한 발짝 뒤에서 추측하며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처음 공연이 시작되었을 때 느낄 수 있었던 따뜻함과 위로가 절감되는 순간이었다. 호호 밴드의 밴드가 치유의 의미보다 그저 악기를 연주하는 밴드라는 의미에 더 가까워진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데도 나는 위 공연이 좋았다. 추측과 감각으로 따라간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할머니의 따뜻함과 이 공연이 무슨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지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전히 남아있는 아쉬움은 할머니의 이야기를 잘 전달받아 손녀딸이 느꼈던 치유를 함께하고 싶은 바람에서 피어난다. 위 공연이 루프 스테이션에 대한 적절한 방법을 모색하여 조화를 이루었으면 좋겠다. 인형극 속에서 루프 스테이션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밴드라는 이름을 나누어 쓰는 것이 즐거웠기에 완전히 삭제되는 것은 반대이다. 이야기 전달이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함께할 수 있는 긍정적인 방안이 모색되길 바란다.

 

I Hat U <11PM 3:00> 인형극장 로비

처음 리플렛을 통해 이 극은 서로를 방해하는 해골 광대극으로 이해하였다. 위 내용이 주된 내용이라 생각해 기대되었지만, 공연에서는 사실상 이 부분이 도드라지게 보이지는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또 해골 광대의 다채로운 움직이라기보다 그 뒤에 배우가 더 잘 보여 해골 광대가 아닌 배우의 묘기로 느껴졌다. 해골 광대를 보고 싶었지만, 배우가 도드라졌다. 이는 상대 배우와도 연결된다. 해골 광대역에게 매력을 느낀다기보다 상대역에게 시선이 갔다. 해골 광대로서의 연기와 묘기가 더 돋보이는 방안으로 수정된다면 해골 광대와 상대 배우 모두 극 속에서 함께 살아 움직일 것 같다. 더불어 해골 광대의 입 부분이 배우가 운용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이 부분도 수정 시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이 극을 관객에게 선보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모자부터 풍선까지 참신하고, 즐거운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고 훈련한 흔적들이 곳곳에 있어 박수가 절로 나오는 공연이었다. 해골 광대 인형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여 더욱 좋은 공연이 되길 바라본다. 해골 광대 인형과 상대 배우가 각각 연기하고 묘기를 부리는 것보다 서로 호흡하는 방향 쪽이 이인극의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 같다.

 

발렌티 쇼 1211, 대극장

성인을 위한 인형극, 서커스와 같은 극 형태가 참신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오전 11시에 공연을 보았던 것의 영향인지 극에 전반적으로 녹아있던 성인 맞춤 코드가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다. 인형과의 성행위 묘사 장면, 성기 묘사 장면 등이 굳이 직접 표현되었어야 했는지와 성인 코드에 맞춰 이야기가 구성된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겼다.

완전히 성인만을 위한 쇼로 확대하는 것이 긍정적인 방향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관객의 혼란과 크고 작은 불쾌감을 막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성인만을 위한 쇼로 이루어진다면 오히려 더 수위가 높은 코드와 이야기가 구성될 수 있을 것 같으며 인형극이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는 흔한 선입견을 깰 수 있는, 성인과 인형극이 만나게 하는 계기가 되어줄 것 같다. 그런데도 위와 같은 코드가 더 편안하고 해학적으로 다가가기 위해선 일관된 극의 색과 이야기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의 공연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해프닝을 다룬 것인지, 일상에서의 적인 이야기만을 뽑아내어 다룬 것인지 그 경계가 모호했다.

하지만 무대 전체를 차지했던, ‘를 느끼게 하는 무대 세트가 흥미로웠다. 금방이라도 서커스단이 나올 것 같은 무대는 기대감을 높이기 충분했다. 따라서 이 점을 더욱 살려 인형과 배우의 묘기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어떠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처음 배우가 등장할 때 무대 뒤 단상에 서 있는 모습이 키다리 아저씨처럼 보여 그 자체로 재밌었다. 또 밑으로 다리 브라더스가 나와 다리만을 활용하여 춤을 추는 장면 또한 인상 깊었다. ‘적인 장면이 세트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성인 코드의 장면보다 흥미롭게 다가온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이 인형 서커스 쇼를 확대하는 것 또한 긍정적인 방향이라 생각한다.

 

피노키오를 위하여 1212시 하늘극장

피노키오를 위하여가 처음 시작될 때 웃음소리로 인형의 이름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려주며 함께 노래를 부르는 관객 참여형 놀이가 즐거웠다. 또 아기자기한 인형과 무대 세트와 잘 어울렸지만, 그 즐거움은 극이 진행되면서 좌절되었다.

먼저 인형 자체에서 그 문제를 찾아볼 수 있었다. 피노키오 인형과 푸른 요정 인형이 해당 인형의 성격과 맞지 않는 재질, 크기로 제작되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피노키오 인형은 너무나 견고하여 혼자 운용하기에는 알맞지 않은 인형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 견고한 피노키오 인형을 한 명의 배우가 운용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 운용이 적합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피노키오가 걷는 짧은 동작도 불안했다. 이를 실제 운용하는 배우도 느낀 탓인지 피노키오 인형의 동작은 매우 짧게 연출되었다. 잠깐 서 있거나 걷거나를 제외하고는 피노키오가 앉아있어 살아있다는, 그 생명을 공유하는 것이 힘들었다. 푸른 요정 인형도 같은 대목이다. 극 속에 나오는 푸른 요정의 신비로움을 담기에는 마찬가지로 인형이 견고했다.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여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영적인 존재라기보단 피노키오와 동등한 친구처럼 느껴졌다. 이는 피노키오와 비슷해 보이는 질감으로 인형이 이루어져 있다는 문제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인형을 운용하는 배우의 움직임과 연기가 미숙하게 느껴졌다. 기술의 부족이 아닌 성의의 문제라고 느껴질 정도로 배우 간의 에너지 차이가 크게 느껴져 인형에 관심이 주목되는 것이 아닌 배우를 관찰하게 되었다. 하지만 피노키오를 위하여속에서 들을 수 있었던 음악은 극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 조화롭게 들렸다. 극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 중에 생긴 부족한 부분을 음악이 잘 채워주었다. 음악처럼 인형도 극과 잘 어울리는 재질로 구성되어 하나의 극을 이루는 요소로 자리했으면 좋겠다.